언론 속 다양한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기업을 넘어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되며 브랜딩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브랜딩은 마케팅을 위한 수단에서 벗어나 기업을 넘어 개인의 미래를 위한 준비로 생각되고 있지만, 브랜딩이란 개념 자체가 낯설어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의 저자 이윤경은 그런 막막함을 해소하기 위해 롤모델을 찾을 것을 제안한다. 샤넬, 불가리, 프라다, 파네라이 등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럭셔리 브랜드가 내 브랜드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럭셔리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전적 의미보다는 명품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우리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만들어낸 상품을 럭셔리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물건이 아닌 그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감성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들은 어떻게 그런 가치를 얻게 된 것일까.
저자는 럭셔리 브랜드에는 어떤 정신적 코드가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루이비통, DFS그룹, 클라랑스, 크리스챤 디올, 펜디 등 패션과 코스메틱 글로벌 브랜드에서 제품, 리더십, 세일즈와 매니지먼트 교육을 해왔다.
그는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교육을 진행해오며 럭셔리 브랜드 철학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실현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가 가진 철학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브랜드들은 자신의 코드를 직원의 DNA에 심고 성공의 가도를 나아가며 이 DNA는 수 세기가 지나도 핵심은 변하지 않지만 트렌드에 맞게 혁신을 일으킨다.
이렇듯 고유한 럭셔리 코드를 가진 브랜드만이 수 세기가 지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발견한 브랜드들에 숨겨진 코드는 무엇일까.
수 세기 동안 간직한 전통이 있기에 럭셔리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현재의 브랜드를 만든 것은 혁신과 혁명이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브랜드는 전통을 지키고자 하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며 또 다른 얼굴을 대중에게 보여준다.
저자가 뽑은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르메스'다.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다는 에르메스의 가방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명품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에르메스가 처음부터 패션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에르메스는 원래 마구 용품을 생산하는 기업이었으나 미국 포드자동차 공장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목격한 후, 여행과 생활용품으로 생산 시스템을 전환했다. 그러한 큰 변화 속에서도 에르메스가 놓지 않은 것은 바로 장인정신이다.
에르메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최고의 기술을 그대로 패션에 적용하며 변화를 일으켰고 이 정신을 소홀히 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렇듯 럭셔리 브랜드는 변화 속에서도 자신이 가져야 할 가장 핵심적인 정신을 놓지 않았기에 수 세기가 넘어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샤넬 가방에 있는 비밀 포켓에도 이러한 스토리가 담겨있다. 가브리엘 샤넬은 가방 뒷면에 작은 비밀포켓을 만들어 여성이 남성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직접 팁을 줄 수 있도록 설계하여 자주적인 여성상을 이끌었던 샤넬의 정신을 담았다.
샤넬의 가방에는 실용성은 물론 구매하는 사람들이 가방을 사용할 때마다 떠올릴 수 있는 감성을 담을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다.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야말로 명품이 가진 하나의 힘이다.
설립자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명적 요소들은 럭셔리 브랜드 그 자체를 만들어내지만, 장인은 성공한 브랜드를 오랫동안 지속시키고 그 가치를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그렇기에 많은 브랜드가 장인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을 붙잡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그중 가장 남다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프랑스의 명품 향수 브랜드 겔랑이다. 이 브랜드는 최고 조향사를 언론에서 다른 조향사와 이름을 나란히 올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최고경영자(CEO)보다 높은 존재로 여긴다.
티에리 바세가 최고 조향사 자리에 올랐을 때 그는 더이상 기업에 고용된 장인이 아닌 기업의 상속인이 되었고 그에 맞는 예우를 받고 있다. 겔랑의 이러한 태도는 브랜드의 정신을 장인 그 자체로 생각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장인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유지하는 것이 누구인가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럭셔리한 이미지를 갖고 싶어 하지만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러한 고민의 부재는 수 세기가 지났음에도 럭셔리 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는 브랜드 명단은 그대로인 현재 브랜드 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새로운 브랜드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제는 브랜드가 가지는 정신적 가치도 생각해야 하는 시기라는 지적이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품질 때문에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 물건을 구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거나, 스토리를 가질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아득한 꿈이었지만 끝내 목표를 이룬 CEO, 브랜드 가치를 지키며 혁신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장인, 이들의 기업가정신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잠재된 '시크릿 코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지호 기자 경제부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