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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영업인에게는 '끈기'가 있다. 웬만해서는 포기를 모르는 정신으로 끝없이 돌진하는 영업의 신에게 끈기는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일반적으로 영업을 하다보면 자신의 지식 부족 또는 주변 환경으로 인해 문전박대당하거나 상품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내 경험상 어떤 바이어라도 붙잡고 늘어지는 사람에게는 못 당한다. 예전에 제품을 OO매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담당자를 만났었는데,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갑작스레 쳐들어갈 수는 없어서 지인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먼저 상담을 요청했었다.

 

그는 내게 아침 9시 30분까지 회사로 오라고 했다. 당시 본부장이었던 나는 상품 설명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가지고 찾아갔다. 약속대로 9시 30분에 도착한 나는 1층 로비에서 전화를 걸었다. 그는 받지 않았다. 30분 뒤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잠깐만 기다려라, 회의가 있다, 갑자기 중요한 미팅이 잡혔다….' 등이 다반사다.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보통의 영업인들은 힘이 쫙 빠지면서 '오늘 제품 상담은 글렀구나'하고 지레 포기하기 십상이다. 

 

여기서 단념하면 영업 성공은 물 건너간다. 영업 시 만나는 바이어들이 상담을 거절할 때 잘 쓰는 몇 가지 핑계거리가 있다.

 

그 첫번째는 '보고'다. 상사한테 보고해야 한다는 핑계로 빠져나간다. 두 번째는 '지금 거래처로부터 혹은 지점으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와서 그것을 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핑계다. 세 번째는 '갑작스레 일이 생겨 바로 나가야 한다' 또는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는 핑계다.

 

이럴 때는 솔직히 나를 떠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그나마 “오늘은 이러저러해서 만날 수 없으니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자”는 식으로 말하면 다행이다. 그런 말도 없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내가 저보다 나이도 더 많고 직책도 더 높은데 나한테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 아냐?”이런 마음가짐은 영업할 때는 버려야 한다. 간 쓸개 다 내놓고 만나줄 때까지 웃으며 기다려야 한다.

 

나 역시도 그 당시 OO매장 바이어와의 미팅하기 위해 본부장인 내가 부장을 상대하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그러한 이야기가 핑계라는 것을 알았지만 모른 척하면서 계속 기다렸다. 오후 4시 30분, 드디어 담당자가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잠깐 나온거라 바로 들어가야 합니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슈퍼 갑이 바쁘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나는 화를 낼 수도 짜증을 낼 수도 없었기에 “그럼, 내일 아침 9시 50분에 다시 올까요? ” 라고 물었다. 그는 건성으로 그렇게 하자고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장장 7시간을 기다려서 단 3분을 만나고 돌아오는 등의 시간 약속까지 하고 갔는데도 못 만나고 왔다는 영업인의 푸념은 그때나 지금이나 심심찮게 들린다.

 

나 같은 경우는 끈기를 갖고 임하기 때문에 처음엔 힘들 수 있어도 결국 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바이어에게 내 행동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 “저 사람은 내가 만나줄 때까지 계속 기다릴 거야. 지금 안 내려가면 계속 문자 보내고 종일 귀찮게 하겠지? 차라리 빨리 만나는 게 덜 피곤하겠다”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영업인은 끈기를 갖고 상대를 귀찮게 만들어야 한다. '안 만나주면 귀찮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야 슈퍼 갑을 움직일 수 있다. 만일 그때 내가 좀 기다리다 그냥 왔다면 OO매장과의 비즈니스는 성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직접 가서 기다리지 않고 전화나 이메일로만 계속 만나자는 요청을 했다면 담당자 얼굴도 못 보고 상황이 종료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끈기를 갖고 만났으면 그다음은 신뢰를 쌓아야 한다. 즉 상대가 “일에서만큼은 결코 물러서는 법이 없구나. 무서운 사람이야. 그런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정말 괜찮은 사람이네” 또는 “이 정도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믿고 함께 갈 수 있겠어”하는 마음이 들도록 제품 설명 등 모든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도 안 받고, 어쩌다 전화를 받아도 바쁘다고 안 만나주는 바이어에게는 끈기로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만나줄 때까지 계속 전화를 걸면 결국엔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 방법이 꼭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연결되리란 보장은 없다. 그냥 귀찮으니까 한 번 만나준다는 바이어에게 제품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볼썽사나운 스토커가 될지, 유능한 영업인이 될지 판가름이 난다.

 

일반적으로 사업자와 급여자는 마인드가 다르다. 사업자는 자기 회사니까 뭐든 이익이 될 만한 제품이 있다고 하면 귀를 쫑긋 세운다. 그러나 급여자, 즉 바이어는 새 제품보다는 기존의 잘 팔리는 제품에 관심을 가진다. 이러한 바이어의 속성을 이해해야만 그들을 설득할 방법도 찾을 수 있다.

 

또한 바이어의 일과를 들여다보면 회의와 미팅, 보고의 연속이다. 영업인 입장에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건데 만일 바이어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전략으로 접근한다면 어떨까? 즉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건네주거나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정리해서 주는 것이다. 그러면 바이어도 자신의 시간을 뺏긴다는 생각보다는 업무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또 이 경우 벤더사 영업인과 이야기할 시간도 많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업인에게는 어느 정도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한번 살펴보아라. 자기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성공했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남들과 똑같이 행동해서는 안 된다. 바이어가 한창 바쁜 시간에 찾아가서는 만나주지 않는다고 툴툴거리는 행동, 준비 없이 찾아가서는 제품을 설명한답시고 횡설수설하는 행동, 바이어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짜증내는 행동 등은 영업인에게는 금물임을 명심하자. 끈기와 희생, 이것만 가져도 탁월한 영업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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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일보> 2016년 07월 29일 기사